이번에는 1977년도에 나온, 외계 지성 탐사로 유명한 칼 세이건씨의 책이다.
(당시 한국에 번역판이 있었는데 소리없이 사라지고, 2006년에 최신 각주가 달린 괜찮은 번역판이 새로 나왔다.)

주제는 인간 지성의 기원이니 외계 지성의 일부라고 할 수도 있나. 하여간 천문학자로써는 좀 외도한 셈이다. 책의 내용 중에는 이미 우리에게는 상식이 된 것이 많지만, 놀랍게도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다지 틀린 것이 없으니 대단하다고 해야겠다.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둔다.

- 태아의 발달 과정이 진화 역사를 되풀이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뇌 역시 마찬가지인데, 파충류 시대의 R복합체, 포유류 시대의 번연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피질이 발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지금도 기능한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파충류와 같이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신피질, 특히 좌뇌의 억제 기능 때문이다. 반면 꿈 속에서는 억제 기능이 풀리는 것으로 보인다.

-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면 상당한 정도의 문법을 구사하고, 고양이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동료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원숭이의 울음 소리는 번연계가 관장하는데, 아마도 인간의 비명이나 고함 소리도 그럴 것이다.

- 인간의 좌반구와 우반구에 따로따로 영화를 보여주면 우반구가 좌반구에 비해서 그 내용을 불쾌하고, 적대적이거나 혐오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양쪽 눈에 같이 영화를 보여주면 보통 좌반구의 판단이 전체 판단을 지배한다.

- 우반구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데, 이는 보통 좌반구에 의해 논리적으로 비판되고 무시된다. 하지만 뇌가 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두 뇌의 기능이 협동해야 한다. 과학은 우뇌와 좌뇌의 긴밀한 협동의 결과이다.

- 영장류 연구 센터에 견학간 칼 세이건은 소장과 함께 침팬지침 세례를 받는다. 이들은 수용소의 죄수들과 똑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신피질을 가진 존재를 인간으로 대하는 현재 낙태법을 연장하면, 침팬지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마 저 정도의 내용을 건질 수 있을 성 싶다. 꿈에 대한 내용과 뇌에 대한 정량화, 인류의 진화와 뇌 크기에 대한 내용들은 좀 낡은 내용이 되어 버렸다. 다른 책들에서 얻은 내용들을 조금 더 보충해 둔다.

인류의 뇌가 출생 후에도 가소성을 가지게 된 것은 태아의 발달 속도를 지연시켜 부모의 태반 밖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도록 하면서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진화적으로 유용했던 털을 잃어버린 이유는 단순히 쉽게 뇌의 가소성을 얻기 위한 희생이었으리라.

좌반구와 우반구의 연결이 끊어진 환자에게 그가 예전에 가장 좋아하던 책을 보여주니 즐거워하면서 읽는데, 왼손에 그 책을 쥐어주니 내던져 버리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좌뇌와 우뇌에는 서로 다른 의식이 들어 있는 듯 싶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평소 의식은 좌뇌의 의식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폭력적 본성은 진화의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당신 깊은 곳에서 들리는 본능의 소리를 억제해야 한다. 억제된 본능의 발산을 외치는 현대 문명은 우매한 대중을 선동하는 잘못된 길이다. 구지 진화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지 않더라도, 인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신피질을 자유로이 풀어 놓는 것과, 끝없는 욕망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인류의 모습을 예측해 보자. 아마도 더 커진 두뇌를 출산시 쉽게 자궁에서 빼내기 위해, 머리의 상단이 점점 더 돌출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스타워즈에서 많이 봤던 그 제다이 기사가 떠오르지 않는가?
(농담이다. 제왕절개가 있지 않은가.)

by gloine | 2007/04/08 20:28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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